돈으로 성공을 살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돈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건 아닙니다. LEC 윈터 스플릿은 단 두 달동안만 진행되었습니다. Fnatic과 Excel Esports의 로스터는 화려했지만 둘 모두 조별 스테이지 진출에 실패한 유이한 팀이었다는 사실을 보았을 때, 여전히 돈이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말을 증명하기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뛰어난 실적을 자랑하는 봇 라이너 Martin “Rekkles” Larsson은 오랜 기다림 끝에 Fnatic로 복귀했습니다. 국제 토너먼트에서 후임 선수로 들어오며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인 루키 Support Rúben "Rhuckz" Barbosa와 함께 이 선수는 지난 해 세계 대회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편 Excel 팀은 아낌없이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으며, 그 중엔 경험 풍부한 탑 라이너 Andrei "Odoamne" Pascu도 있었습니다. 이 선수는 Rogue 소속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지난 LEC 썸머에서 우승을 거둔 전적이 있습니다. 새롭게 들어온 젊은 미드 라이너 Vincent "Vetheo" Berrié는 본인의 팀이 세미파이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상궤를 뛰어넘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지난 스프링 때 LEC MVP의 반열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이 두 로스터는 본래대로라면 모두 상위권에서 혈투를 벌였어야 했지만 그러는 대신, 확실히 적은 비용을 투자한 Astralis 및 Team BDS의 라인업이 본인들을 제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패배의 쓴 잔을 마신 두 팀 중 문제가 더 심각한 건 Excel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엔 단순한 이유가 하나 있는데, 해당 팀에는 EMEA 지역 리그(ERL)에서 시합을 벌이는 ‘아카데미’ 팀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재는 많지만 ‘B플랜’이 부족한 팀
확실히 ERL 팀의 유무가 LEC에서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팀마다 아카데미를 반드시 한 개는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을 폐기하는 데 10팀 중 9팀이 동의한 이유기도 합니다. 한 번 문제가 생기면 선택지에 영향이 가해질 수 있으며, 그 때문에 Excel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새로운 포맷이란 상황에서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어떤 팀에서도 보유 중인 최고의 선수를 시즌 2개월 만에 매각하려 하진 않을 테니까요. Fnatic이 스페인 LVP의 Fnatic TQ 로스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Óscar "Oscarinin" Muñoz Jiménez과 Henk "Advienne" Reijengaand를 LEC 팀으로 승격시킨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도가 잘 통하지 않을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이전 라인업 또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단 사실도 분명합니다. 팀이 MSI 진출 자격을 원한다면 노선을 선회할 시간이 촉박합니다. 명망 있는 팀이라면 응당 더 나아가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하는 법입니다.
한편 NLC이 비인증 리그로 강등당한 후 LEC 팀에게 사활을 걸기로 결정한 Excel에게 이는 사치입니다. Excel의 예산은 더 여유로워졌지만, 팀의 호흡을 맞추는 데 있어 명확한 계획이나 비전이 없는 시점에서 이 결정은 실패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업 계획이 없는 지금 이 문제는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윈터 스플릿에서 겪은 쓰디쓴 실패 이후 Excel은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했습니다. 이 팀의 선택지 중 하나는 지난달 팀을 구축하고 뛰어난 재능을 갖춘 선수들을 로스터에 올리는 방법을 찾는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MSI 진출 자격이 아직 있었기에 윈터 스플릿이 딱히 의미 있진 않았습니다만 지난 스플릿에서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후 팀에게 전세를 뒤집어 놓으라는 건 무거운 요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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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 하니 이 팀이 선택한 또 다른 선택지는 바로, 소속이 없거나 비용이 적은 편인 선수가 기적적으로 이 팀이 품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며 황무지 상태의 이적 시장에서 선수를 긁어모으는 것이었습니다.
Raphaël "Targamas" Crabbé가 Dino "LIMIT" Tot의 후임이 될 거란 소문이 있습니다. LIMIT는 윈터 때 Team BDS의 교체 선수였는데요. 일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 이 팀은 게임에서 방향을 잡아줄 리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이 선수가 앞서 LEC에서 고전한 모습을 보여주어서인지 Excel의 운명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또 생각해보면 항상 로스터 이동을 선수가 보여준 서류상의 강점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삐걱이는 로스터에, 그것도 영향력이 그닥 크지 않은 롤에 있어 겨우 한 번의 변화만 준 것에 불과합니다. 또 이 선수도 적응 기간을 거칠 터입니다. 적어도 Excel에는 Schalke 04 Esports의 전(前) 스태프였던 인원 몇몇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LIMIT"와 예전에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으며 해당 선수가 팀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 알 것입니다.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고자 미래에 투자하는 것
강팀은 일반적으로 실패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지만 몸값이 비싼 선수들로 이루어진 로스터가 휴지조각이 되게 마련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G2 Esports는 Steven “Hans Sama” Liv와 같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갑을 탈탈 털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시도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고 현재 G2는 당연하게도 챔피언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스프링 때 경기를 펼칠 일이 적은 상황에서 G2가 ERL 팀을 보유하고 있다면 라인업을 실험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 팀은 또한 시합에 나가지 않는 선수들의 급여 외 저렴한 비용으로 떠오르는 루키 선수에게 큰 기회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최근 해당 팀이 농을 던졌던 것처럼 주력 로스터를 한국에 있는 확장된 루키 훈련소에서 취해올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이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이며 MSI를 준비하는 데 있어 어리석은 위험 부담을 끌어안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 팀의 구성이 줄 수 있는 선택지의 좋은 예시이기도 합니다.
백업 계획을 세우는 용도 외에도 ERL 팀을 보유하는 관습적인 이유가 더 존재하는데요. 젊은 인재에 대한 투자의 측면입니다.
팀은 본인들보다 규모가 작은 다른 팀에서 최고의 ERL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한편 계약하는 것 외에도 높은 수수료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터입니다. 많은 팀의 경우 최강 선수 영입에 있어 유명한 강호 팀이 지닌 메리트를 상대로 고전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는 G2가 Martin "Yike" Sundelin라는 선수를 확보한 이유기도 합니다.
ERL 팀 투자에 있어 가장 적합한 예시는 바로 LEC 초기의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ogue 팀의 첫 아카데미 로스터는 그 다음 해 스타팅 라인업이 되었으며, 이는 또한 팀을 지역 최강의 자리로 이끌어줌으로써 핵심 중추로서 기능했습니다. 심지어 올해 최근의 사례에서는 Team BDS가 지난해 ERL 로스터의 대다수를 승격시켰는데, 이들은 대부분의 불안정한 팀을 상대로 놀라운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눈에 띄게 나아진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돈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으며 팀이 승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요인이 된다고 하기엔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ERL 팀의 존재는 늘 대단히 크고 잠재적인 이득을 불러왔습니다. 지난 몇 년간 유럽 시합 결과를 향상시키는 데 있어 도움을 준 요인은 젊은 인재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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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ERL의 규모가 크게 성장하면서 떠오르는 별들 모두를 손에 넣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팀이 숨겨진 원석을 조기에 발굴해내는데 성공한다면 재정적인 측면만 봤을 때도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 유망주를 나중에 매각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LEC에서 어떤 문제를 겪게 된다고 해도 새로운 포맷 덕분에 슈퍼스타의 가도에 있는 선수가 빠르게 정상에 오르면서 팀에게 대단히 소중한 경험을 안겨줄 수 있겠습니다.
해당 포맷의 빠르고 참작 여지가 많은 특징으로 인해 인재를 승격할 준비를 시켜 놓는다면 이는 전반적인 시즌에서 팀을 살릴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ERL 팀들은 이제 더이상 투자의 영역에서 그치지 않고 보험이란 역할을 다할 수도 있습니다.